Eternal sunshine of Spotless mind

Jim_Carrey_ESOTSM

언제 봤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봤다. 영화 평론가 한 사람이 이 영화에 대해 “멜로 영화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억이 지워지는 중간 중간 장면 SF보다는 내겐 호러에 가까웠던 몇 장면을 제외 하고는 상당히 동의할 수 있는 평인 듯 하다.

기억을 지운다는 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감독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든 듯 하다. 연인 말고, 범죄에 노출 된 피해자들에게 쓰는 건 좋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런 기술이 정말로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했던 연인 사이에 있어서는 좋았던, 좋지 않았던 기억을 삭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잃는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일 것이다. 좋았던 기억만을 남기게 된다면 내가 혹은 그 사람이 저지른 실수가 반복되는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고 좋지 않았던 기억만을 남기게 된다면 그 사람을 더 이상 내 지나간 연인, 혹은 내 연인으로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기억은 그냥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불현듯 머리 속을 모두 그 기억으로 메워버리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에서 오버랩 되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힘든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사람과 그리고 관계는 성장한다고 믿는다.

아팠던, 창피했던 기억과 경험을 통해서 이렇게 하면 안되는 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다음에 이렇게 해야 겠구나 하는 교훈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가끔은 한 사람에겐 끔찍했고 슬펐던 기억이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아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별 것 아닌 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 때 부터 어긋남이 시작되는 것 같다. 아픔을 통해서 바뀔 줄 알았던, 성장 할 줄 알았던 상대가 그 자리에 그대로 아니면 더욱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며 아팠던 그 사람은 비참함과 절망감 그리고 무너진 기대를 마주하게 된다.

똑같은 사람은 없기에 같은 사건일 지라도 받아들이는 정도와 느낌은 다를 것이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더 알기 위해서는 말 한마디가, 몸짓 하나가 어떤 의미인가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에 클레멘타인이 얘기한다.  다시 만나도 지겨워져서 떠날 것 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조엘은 대답한다. 일련의 기억들을 되짚어 보며 클레멘타인과의 추억과 다툼들을 곱씹으며 조금 더 클레멘타인을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대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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